[프로젝트]더웨이브컴퍼니가 로컬을 바꾸는 과정 - '강남동 도시재생 사업' 이야기

2022-12-29
조회수 1307

 

 

지역을 거점으로 일하는 더웨이브컴퍼니는 강릉, 강원 지역의 세세한 로컬 문제를 듣고 이야기를 수집할 기회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관기관과 협조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죠. 


2022년 7월에 시작해 2022년 12월에 과업이 종료된 강남동 도시재생 예비사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강릉시 강남동 사업선정을 위한 '강남동 도시재생 예비사업'으로 시작하게 된 해당 사업은 강릉 남부지역의 도심 기능을 살리기 위해 실시되었습니다.


더웨이브컴퍼니는 해당 사업에서 마을인지도 향상을 목표로 거점을 활용한 마을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업을 맡았습니다. 지역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동네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과정은 저희에게도, 지역민에게도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해당 과업이 종료되고 이를 진행한 유정아 매니저와 인터뷰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강남동에서 하고자 했던 것


강남동 도시재생 사업의 키워드는 '주거환경 개선'과 '마을 자립기반 조성'입니다. 콘텐츠 개발 용역의 목적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마을 기반의 콘텐츠 창작 여견과 기반을 조성하고 다양한 활동인구를 유입해 마을과 마을 문화를 활성화하는데 있었습니다. 


강남동은 고령화가 많이 진행되었고 거주 청년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마을의 지역 자원도 마을 브랜드가 되지 않았고, 콘텐츠화 되지 않아 활용이 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기존에 개발된 마을 활성화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마을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와 마을 사업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생산된 콘텐츠를 소비할 관광객과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는 창작자 등 예비 사업지 안의 활동 인구를 유입시켜 마을 경제 활성화를 이뤄야 했습니다. 


더웨이브컴퍼니는 강남동 도시재생 예비사업지 안의 거점공간인 '노암동 288-20'을 활용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콘텐츠 창작의 여건과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습니다. 강남지역의 노암동에 맞는 구체화된 콘텐츠 발굴과 지역자원을 활용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콘텐츠 창작 여건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도시재생을 하며 바라 본 노암동


이번 사업을 맡아 진행한 유정아 매니저와 사업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1년에 두어번 정도 관광객으로서 강릉에 잠시 머물던 사람이었고, 이번 해에 처음으로 강릉 한달 살기를 해봤던 사람으로서 중심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 만을 방문하다가 이렇게 한적한 동네를 와본 건 강릉 와서 처음이었습니다. 노암동에 처음 들어섰을 때 느낀 점은 '정말 한적하다'였어요."


정아 매니저는 강남동을 보면서 '개발이 덜 되고 뒤쳐진 느낌보다 여유롭고 한적한 느낌, 여백이 많은 동네 분위기가 강점'으로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유 매니저가 좋아하는 마치 경주의 고택 지역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죠. 강남동 풍경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지대가 높아 하늘에 가까운 느낌이고 탁 트인 하늘과 저멀리 대관령 산자락, 남대천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한 마디로 자연에 넓게 열려있으면서 느리고 여유로이 흘러가는 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았고 와닿았던 노암동의 인상이었습니다."


보통의 동네, 시골스러운 동네, 강남동 역시 그런 느낌이었고 그 속에 느림이 숨쉬고 있었습니다. 정아님은 강릉 시내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접근성에 '느림과 쉼'을 접목한 마을의 특징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느리게 숨쉬는 마을 '노아느리'


규모가 큰 사업에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강남동 도시재생 사업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달리 생각하는 바를 듣고 의견을 합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유정아 매니저는 "모든 사람들이 마을 활성화에 관심이 있었고 뜻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강릉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청년 기획자였던 유 매니저는 청년이자 기획자, 강릉을 찾은 개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이어서 '나와 같은 젊은 사람들이 노암동에 찾아오게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를 생각하면서 몸소 겪고 아이디어를 얻는데 집중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오게 된 것이 '노아느리'입니다. 


"노아느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노아느리'라는 이름을 말할 때, '마음 놓아 느리게', '(마음) 노아느리게'라고 발음 되는 것처럼 직관적으로 그 뜻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정했어요. 쉼, 숨, 안식을 뜻하는 히브리어 '노아(노아흐·누아흐·j'Wn)'와 우리말 '느리다'의 어근 '느리'가 더해진 단어입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느리게 숨쉬는', '마음 놓아 쉬어가는 마을'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바쁜 생활, 여행 속에서 이곳 노암동에서 잠시 쉬어가며 여유를 찾고, 천천히 동네를 거닐며 마을의 매력을 발견하는 모습이 단어에 담겨 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노암동 288-20, 강남동 도시재생센터 간판이 보이는 하얀색 건물 주변을 걷다 보면 오래된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택, 나뭇가지 가득 열린 감, 동네 어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브랜드 노아느리의 의미처럼 천천히 걸을수록 그 매력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노아느리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가 무엇일지 궁금해졌습니다. 


"노아느리 브랜드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바쁜 삶, 여행 속에서도 잠시 여유를 찾고 쉬어갈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그것이 가능한 공간과 콘텐츠를 지향하고 제공하려 했습니다. 젊은 창작자들이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를 진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어요."


창작가, 예술가, 작가 등 창작을 하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쉬어갈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염두에 두었고, 거점 공간에 스테이 공간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노아느리 마을 브랜드는 전반적으로 주민 뿐만 아니라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열려있는 공간,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장소와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노암동을 방문했을 때 고유한 편안함과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아 매니저는 "거점공간 1층에 공유부엌, 살롱 같은 작은 모임이 가능한 곳으로 계획했고 스테이에 머문 창작들과의 협업 아트웍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1층 공간에 작게 편집숍처럼 그림과 굿즈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으로도 계획했습니다. 또한 거점공간 건물에 자연광이 잘 든다는 특징을 살려 주민, 방문객에게 사진 촬영을 해드리는 교류 콘텐츠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민 교류 콘텐츠의 일환으로 진행된 노암동 '기록의 날'은 주민과 방문객을 잇는 만남과 이야기의 장이 되었습니다. 유 매니저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있는 '문화가 있는 날'처럼, 노암동에 매주 수요일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록의 날을 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르신들의 소중한 지금을 남겨드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 콘셉트를 잡았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지역의 어르신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기록의 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일상에서 많은 사람이 즐겁게 누릴 수 있는 문화 기획이라는 기획 의도와도 이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촬영을 위해 사진을 찍는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눴던 정아 매니저는 여러가지로 인상 깊은 장면이 많았다고 회상했습니다.


"노암동을 지키며 살고 계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어린 시절 있던 논밭 사진, 옛 남대천의 풍경 사진을 주제로 한 사진 전시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신 분도 있었고, 기록의 날 사진 촬영에 약속이 겹친 친구를 불러 함께 이야기 나눈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미소와 소중한 순간을 담는 건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이었고 저 역시 뿌듯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습니다."



로컬의 의미와 도시재생 이후의 모습


더웨이브컴퍼니는 이번 강남동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로컬의 의미를 생각해봤습니다. 유정아 매니저는 이에 '로컬은 그 지역에서 오래도록 사는 사람들인 정주인구와 타지에서 오는 사람들인 관계 인구가 서로 교류하며 창의적인 활동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저희는 이번 과업을 통해 로컬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짚어낼 수 있었습니다.


로컬에서도 사람들이 온전히 자기자신에게 집중하며 쉬어갈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과 여건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수도권의 꽉 찬 인프라와 빽빽하게 발전된 공간과 대비되는 모습은 낙후된 것이 아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편안한 환경을 바탕으로 한 여유로운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아 매니저는 "개인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무조건적으로 많은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노암동에서 개발과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해보니, 사람들은 마을이 활성화되고 경제가 활성화되길 바라지만 그러면서도 그 변화의 속도를 얼마나 그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폭을 천천히 맞춰가며 나아가느냐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어요."라고 했습니다. 


 

콘텐츠 과업을 진행하면서 청년이 한 두 명 들어오는 것 만으로도 마을에 활력이 생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동네에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한다면 경제활동 인구가 늘고, 이에 따른 인프라 개선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 매니저는 "하드웨어가 구축되는 동안에는 생활의 만족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교류와 콘텐츠에 집중해서 주민들이 새로 유입된 청년, 경제활동인구와 함께 어울리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정말 높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천천히 그들의 속도에 맞춰가며 발전하다보면 주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고 유정아 매니저는 강남동 초입의 남대천과 월화정을 추천했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월화정과 그 주변에서 계절마다 다른 빛깔을 내는 꽃들. 노암동을 지키는 주민들과 이곳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청년들이 어울리는 광경과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사업 기획·운영, 인터뷰 답변, 사진 촬영 = 유정아

인터뷰 진행 및 글 = 변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