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트][리뷰] Local Creator Conference 2019 현장 ①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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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LCC 2019 Review


나는 2017년 지역에서의 창업을 생각하며 더웨이브컴퍼니를 만났고 2018년 강릉에서 로컬크리에이터들을 만났고 2019년 파도살롱에서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고 일을 하고 있다. 무언가를 기획하는 일을 좋아해서 3년간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잊고 지낸 것도 부족한 것도 생겼는데 이번 LCC 2019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과 영감을 얻었다.


더웨이브컴퍼니가 LCC 2019 컨퍼런스 기획과 운영을 맡으면서 초기 기획에 참여하고 컨퍼런스 당일에는 온전한(?) LC로 참가했던 나는 컨퍼런스의 시작과 끝을 100% 참여했다. 더웨이브컴퍼니 멤버가 컨퍼런스 진행과 운영에 힘쓰고 있는 만큼 나도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100% 수용하고자 경청했고 그 이야기들을 나도 잊지 않고 피치 못한 일정 때문에 LCC 2019에 참가하지 못했던 많은 분들을 위해 LCC 2019 콘텐츠를 요약 및 정리한다.


LCC 2019는 어떤 이야기를 공유했을까?


LCC 2019 기획의 첫 단에서 하은 디자이너와 이 컨퍼런스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고민했다. 이번 해에 운 좋게 나와 하은 디자이너는 다양한 '로컬'과 관련된 행사에 많이 참여하게 되었고 차별화를 꿈꾸기보다는 본질적으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강원의 로컬크리에이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이번 LCC 2019에 담아내고 싶었다.


센터(이하 강원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3가지 키워드를 떠올렸는데 첫 번째로 느낀 점은 '정말 할 말이 많다'였다. 센터도 할 말이 있고 LC도 할 말이 있고 그 사이의 중간에서 물심양면으로 센터와 LC를 도와준 멘토들도 할 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 모든 이야기들을 '공유'해보자는 키워드로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그 많은 이야기들을 LC(이하 Local Creator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 어떻게 흡입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고 이 부분은 센터에서 말끔하게 해결해주었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집중하게 된다. 자기 이야기가 가장 민감하고 자기랑 연관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기 때문일까? 그래서 센터는 LC들이 직접 참여하고 겪은 인사이트 투어 발표를 제안한다. 


1. 러시아 극동부, 세계에서 가장 추운 야쿠츠크로 떠난 글로벌 네트워킹 투어

2. 가깝지만 먼 곳, 강원도의 수도 춘천으로 하루 동안 떠난 인사이트 투어


크리에이터로서의  본능 _ 야쿠츠크


얼마 전 VOX라는 채널에서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점점 많은 배가 북극에서 이동할 수 있고 그래서 러시아는 일찍이 사람들을 북극에 이주시키고 군대를 배치하며 북극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을 보니 내가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이 정말 작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작다는 것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살고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곳을 알고 경험하는 것은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야쿠츠크를 가는 LC들이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연말에 회사 일도 바쁘거니 이번 한 해 울릉도, 제주도 많은 곳을 돌아다닌 나는 이번에 만큼은 자제하기로 했다. 사실 추운 것도 정말 싫어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한몫을 했다.

러시아와 인연이 깊은 이선철 대표님(감자꽃 스튜디오)과 함께 야쿠츠크에는 7명의 LC들이 참여했다. 왼쪽에서부터 임지희(바다 한 조각), 마혜련(미음공간), 김남경(이스트테이스트), 김준수(물소리바람소리 문화예술), 이선철 대표님(감자꽃 스튜디오), 이승아(고구마쌀롱), 김다레(로컬 차 연구소), 진명근(워크룸 033), 김소영(김소영 캘리그라피).

 아는 분들도 있고 모르는 분들도 있는 이 팀이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올 지 기대했다. 짧은 발표 시간 내 그들의 많은 이야기를 속속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엄동설한의 날씨 사진과 김준수 님의 발표와 함께 야쿠츠크의 보석, 추위, 음식, 문화, 정, 교류, 배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음에는 꼭 나도 인사이트 투어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LC들은 왜 야쿠츠크는 간 것일까? 발표를 들으며 드든 생각이었다. 로컬크리에이터는 로컬 + 크리에이터이다. 로컬은 형용사지만 크리에이터는 명사이기에 결국 로컬크리에이터를 규정하는 것은 '크리에이터'라는 명사이다. 크리에이터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그 콘텐츠는 누군가에게 소비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 야쿠츠크 투어는 로컬크리에이터를 로컬이라는 수식어 없이 크리에이터로 생각해보자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 새로운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은 두렵다. 그 새로운 것을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아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더욱 두렵다. 남 앞에서 웃지 않기로 유명한 러시아 사람들에게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게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먹힐까? 라는 방송 제목처럼 대중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고 좋아하고 소비한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들은 그들의 숙명처럼 계속 도전하며 새로운 것, 소비될 것들을 만들어낸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엄동설한 추위와 냉담한 반응을 견디면서 만들고 보여준 경험을 들으니 로컬이라는 급격히 부상하는 키워드에 가려 본질을 잊은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마 야쿠츠크 투어 발표를 LCC 2019에 담은 것도 또한 이런 의도가 아녔을까? 로컬이라는 키워드에 갇혀 크리에이터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충고처럼 말이다.


단 하루 만에 경험할 수 있는 것 _ 춘천


야쿠츠크 투어와 다르게 센터에서는 12월 5일, 그러니까 12월 6일 LCC 2019 행사 하루 전에 인사이트 투어를 LC들에게 제안했다. 하루 만에 인사이트 투어를 하고 발표자료까지 만드는 것은 말만 들어도 굉장히 도전적인 과제였는데 이 또한 센터에서 말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던 것 같다.


강원도의 많은 행정 기관이 위치한 춘천과 더웨이브컴퍼니가 있는 강릉은 차로 약 2시간 걸린다. 이번 한 해 동안 춘천을 자주 오가면서 느낀 점은 '멀다'라는 것이다. KTX로 갈 수 없어서 항상 자차로, 대중교통(시외버스)으로 가기 때문일까? 고속도로가 터널이 많아서 지루해서일까? 서울보다 멀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춘천이 부러운 점은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 젊은 인구가 많아 성장하는 도시라는 점, 그리고 센터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영동과 영서가 구분되어 강릉에서 느끼는 도시 분위기와 영서 지역을 대표로 춘천에서 느끼는 도시 분위기가 또 확연히 다른 점을 고려했을 때, 춘천이라는 도시가 가지는 매력과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센터에서는 투어를 2개의 팀으로 나눠 A팀은 F&B, B팀은 공간을 위주로 장소를 선정했고 각 팀마다 LC들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김란(스튜디오 101), 곽현정(스텔라이펙트) 대표님들을 동행했다. 


F&B : 녹색시간, 카페 옥산, 오늘산책, Empty Paper, 수아마노

공간 : 춘천일기, 살롱드노마드, 더티하우스, 솔바우하우스

F&B 투어팀은 F&B 공간 위주로 가다 보니 테이스티로드처럼 먹방 투어가 되었다고 하는데 요즘 카페들이 앞다투어 크림이 듬뿍 들어간 시그니처 메뉴를 내놓다 보니 다음에는 꼭 쭈꾸미를 먹어야겠다고 한다. F&B 투어팀이 보여준 공간을 부족한 말로 묘사해보면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러운 콘텐츠가 대체적으로 많은 느낌이었다. 투박하지 않고 잘 꾸며진 느낌이랄까, 춘천만의 카페 감성이 돋보였다.

공간 투어팀에서는 공간 디자인의 관점에서 춘천이 가진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이야기 중 흥미로운 공간은 더티 하우스였다. 강릉이 바다를 배경으로 공간을 만들었다면 춘천은 밭을 배경으로 공간을 만든달까?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밭을 통해 공간을 꾸미고 마당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활동을 제안하고 있었다. 공간은 직접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난 춘천 인사이트 투어를 가야 했다.


강릉에서도 1년 내에 많은 공간이 사라지고 생겨난다. 임대 포스터를 볼 때면 사라진 공간들이 떠오르며 아쉬움이 생기는데 그만큼 트렌드는 빠르고 대중들은 빠르게 소비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두 팀의 춘천 인사이트 투어가 보여주는 건 빠른 소비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들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LC들이 바라본 공간들 중에는 트렌드를 맞춰가는 공간과 개인의 취향을 추구하는 공간이 혼재되어있다. 그 공간들이 혼자서만 빛나고 있는다면 언젠가는 트렌드에 뒤쳐지거나 아니면 본질을 잃어버리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간 옆에 다른 공간, 다른 공간 옆에 또 다른 공간이 있다면 하나의 지역으로 성장하는 공간들이 될 것이고 대중들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한 공간과 콘텐츠를 만드는 LC들이 그 공간과 콘텐츠를 단 하루 만에 경험하고 연결해 만든 여행 콘텐츠를 들으면서 정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LC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글= 최지백

사진= Workroom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