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트][파도의 시선] 우리는 도시를 떠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마을의 진화』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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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추천 도서는 로컬에서 청년과 장년, 노년층이 함께 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 간다 세이지 작가의 『마을의 진화』입니다.


'인구 절벽', '저성장', '고령화 사회', '수도권 포화', '국민연금 고갈'


뉴스에 나오는 미래 사회의 모습과 성장에 관한 키워드입니다. 처음 이 단어가 나왔을 적에는 '나중 일이겠지'라고 먼 미래의 우리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곤 했지만, 지금은 눈앞에 당면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저성장과 고령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되고 있습니다.2021년 기준 대한민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노인 빈곤율은 1위이고, 청년 빈곤율 역시 상위권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이는 대도시보다 지방 소도시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는 인구가 집중되어 문제를 겪는 반면, 지역에서는 시민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고 있어 도시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내용처럼 언젠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세상이 우리 생애에 올지도 모릅니다.


강릉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저희 더웨이브컴퍼니 멤버들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강원 지역의 중심지여서 다른 지방 소도시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대도시에 비해 학생들,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최근의 강릉은 조금씩 20대와 30대, 강원 지역에 연고가 없는 청년들이 이주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오랜 기간 머물지 못하고 다시 대도시로 향하는 경우가 꽤 있죠. 직업, 커뮤니티, 거주 공간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살만한 환경이 되는가' 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 간다 세이지 씨는 일본에서도 한적한 시골 도시인 가미야마의 사례를 통해 도시 소멸, 로컬의 발전과 상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도시 가미야마가 '살만한 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유와 사례를 통해 로컬의 생존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보고 들은 가미야마의 모습은 이채롭습니다.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근 채 무릎 위 컴퓨터로 화상회의를 하는 프로그래머, 손짓 발짓을 다하며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외국인 청년과 가미야마에 사는 할머니, 아침이면 굴뚝 위로 연기를 내뿜으며 빵을 굽는 도쿄 출신 제빵사의 모습 등등. '정말 저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하던 일을 여기서도 온전히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주신다면 지역 사회에 공헌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라는 문장처럼, 이른바 텃세를 없애고, 장벽을 낮추면서 이방인들이 가미야마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정착의 장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업무 방식을 실험하는 동시에 IT 기업 종사자, 예술가, 자연과 가까이 하고 싶어 이곳을 찾은 신혼부부 등. 좀 더 나은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이 예전부터 이 고장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아이들과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장년층과 노년층이 휴식을 취하는 고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시골에서는 거의 볼 일이 없는 외국인들이 단 4일 만이라도 마을에 넘쳐 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중략) 매해 반복되니까 사람들도 익숙해지더라고요.. 특별한 일도 아니게 되고, 영어를 못하지만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하는 어르신을 보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38쪽



일거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일거리를 가진 사람을 '역지명'하자는 '역발상'이었다. 원래 과소화에 직면한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47쪽



"저는 약 7년 전에 '창조적 과소'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일본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과소화 지역의 인구 감소는 불가피합니다. (중략) 도시 청년을 유치하는 일로 인구 구성을 바꾸고 다양한 업무 방식을 실현하여, 농림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균형이 맞는 지속 가능한 지역을 만들자고 생각한 것입니다." 55쪽



"지역 공헌 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런 일보다 이 마을에서 그쪽 회사의 일이 도쿄와 다르지 않게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보는 게 더 좋아요. 시골에서도 도시와 똑같이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면 그 뒤를 이어서 다른 기업들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68쪽


「가미야마에 반년 체류하며 연수를 받고 이벤트 플래너와 지역 코디네이터를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월 10만 엔의 생활 지원금도 지급합니다.」123쪽


 

"손님은 마을에서 40퍼센트, 현 내에서 40퍼센트, 나머지 20퍼센트가 효고현과 가가와현, 에히메현, 오사카 등에서도 옵니다. 위성사무실을 방문하는 도쿄의 손님도 많고 근처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도쿄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앉아 있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135쪽



- 2020년경에는 마을 유일의 고교인 조세이 고등학교 가미야마 분교가 폐교됩니다.

- 도쿠시마와 가미야마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폐지됩니다.

- 계약하는 세대가 줄어 케이블 TV 사업도 철수합니다. 

- 병원과 상점, 택시 회사가 폐업합니다. 

- 2040년경에는 마지막 남은 중학교와 초등학교도 폐교되고 지역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집니다. 165쪽



학생들은 하교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아는 사람이 지나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고, 거리를 걸어가면 얼굴을 아는 사람이 생겼고, 조금 더 가미야마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259쪽



글 = 변준수

사진 = 김솔이

장소 = 파도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