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더웨이브컴퍼니(TWC)×소도시(so.dosi)] 일로오션 11기, 그 후의 이야기들Ⅱ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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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람이 콧끝을 간지럽히던 지난 1월 17일, 소도시(so.dosi)와의 협업으로 진행된 일로오션 11기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진행된 일로오션에는...스타트업과 워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다섯 분이 참여했습니다. 자유학교의 양석원님, 네이키드 덴마크의 안상욱 님,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신나리·정인경 님, 트렌드 어워드의 김기태 님이 강릉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 봄바람이 부는 4월, 참가 멤버들은 일로오션의 경험과 추억을 되살리며 적은 후기를 더웨이브컴퍼니에 보내주셨습니다.


두 번째 순서로 네이키드 덴마크(NAKED DENMARK ApS)의 공동대표이자 편집장으로 활동 중인 안상욱 님의 후기를 소개합니다. 

(아래 내용은 전문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 해 작성했습니다.)  

📝 안상욱 님의 글 전문을 보시려면 여기로~!




상욱 님의 글에서 본 일로오션 이야기


<워케이션 가면 놀면서 일할 수 있다고? 허튼소리!> 中


재택 근무와 워케이션

2020년 신종 코로나를 기점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평일 낮 동네 카페에서 랩톱으로 일하는 건 더이상 프리랜서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재택 근무(Work from Home·WFH)를 도입하지 않는 조직이 유난스럽다고 여겨질 정도다. 재택 근무가 낯설지 않은 2022년, '워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업무 방식이 떠올랐다. 일과 휴가(Work & Vacation)를 합친 말로 여행지에서 일하며 휴식도 만끽한다는 뜻이다. 휴가지에서 일한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휴가 가서 업무 카톡 받고 호텔 로비에 랩톱 펴놓고 일하는 비자발적 원격 근무와 워케이션은 다르다. 워케이션은 업무를 정식으로 처리하는 와중에 휴가지의 이점도 누리는 업무 방식이다. 


워케이션은 재택 근무의 대안이라기보다 상위 호환판으로서 등장했다. 재택 근무에 꽤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재택 근무가 가장 효율적인 업무 방식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통근이 사라져 출퇴근길 지옥철에서 해방됐으나, 이웃집 리모델링 공사같은 생활 소음에는 더 취약해졌다. 설거지와 빨래, 청소 등 각종 집안 일이 업무 집중도를 갉아먹는다. 애초에 거주용 공간인 집에서 직장만큼 생산성을 내기에는 책상과 의자부터 어울리지 않는다. 직장에서 당연히 제공하던 업무 환경을 구축하기엔 집이 턱없이 좁다. 그러니 아예 생활이 스며들지 않은 곳으로 장소를 옮겨 일에 집중하고 제대로 쉬자는 게 워케이션의 골자다. 


 

'일로오션' 강릉에서 워케이션 경험담

친구가 초대해 준 덕분에 지난 1월 워케이션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강원도 로컬 크리에이터 기획사 더웨이브컴퍼니(TWC)가 로컬 여행 잡지 소도시(so.dosi)와 손잡고 강릉에서 준비한 4박 5일 워케이션 프로그램 '일로오션' 11기였다. 

일로오션 참가자는 일과 휴식을 겸하는데 필요한 제반 시설을 모두 제공 받았다. 숙소는 강릉 송정 해변이 창밖으로 보이는 호텔 단독실이었다. 숙소에서 차로 10분, 도보로 1.5시간 거리인 강릉 구도심 코워킹 스페이스 '파도살롱'에 5일간 쓸 지정석을 각자 배정받았다. 1실뿐이지만 회의실도 있어 화상회의하는데 좋았다. 숙소 호텔 로비에는 일로오션 전용 업무 공간 4석 있었다. 날씨가 궂은 날이나 늦은 밤 숙소를 떠나지 않고도 집중해 일할 수 있어 좋았다. 무려 데스커 스탠딩 데스크를 구비해 둔 데서 일하는데 진심인 기획 의도가 엿보였다.  

나는 강릉에 처음 갔다. 일면식이 없는 도시지만, 일로오션 운영자와 다른 11기 참가자에게 맛집과 카페를 추천 받아 다닌 덕분에 거의 실패 없는 식도락을 즐겼다.강릉은 휴가지로서 퍽 매력적인 도시였다. '영감을 받는다'는 명분(혹은 핑계)으로 5일 동안 일은 거의 안하고 사실상 '베케이션'을 즐긴 나도 다 가보지도 못할 정도로 명품 카페와 맛집이 즐비했다. 서울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경험도 강릉에서는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다. (중략) 


 

강릉 4박 5일 워케이션에 내가 들고 간 업무는 2022년 사업 기획, 풀어 말하면 "올 한 해 뭐 먹고 살지 결정하기"였다. (중략) 홀로 서기 2년간 시행착오만 거듭해온 내가 1인분이라도 하며 재기할 길을 찾던 중 강릉에 갔다. 글로벌 대신 로컬, 성장세는 느리더라도 의존 대신 자립하는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 오디언스 대신 커뮤니티 등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울 망원동에서 하이퍼 로컬 미디어를 꾸리자는 생각이 있었으나,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그림은 그리지 못한 터였다. 

운이 좋았다. 마침 일로오션을 만든 TWC와 소도시, 두 팀 모두 한국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타트업이어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내겐 로컬 창업자 선배의 OJT 같았다. TWC가 운영하는 공유 오피스 파도살롱은 외지에서 온 원격근무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파도살롱과 일로오션 숙소 로비 책장에는 이들이 큐레이션한 강릉·로컬 콘텐츠가 가득해 이 자료를 살펴보는데 만도 시간이 모자랐다. 미리 점찍어 둔 책을 다 훑어보느라 하루는 새벽 2시가 지나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사람도 좋았다. (중략) 운영진은 5일 중 짬짬이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마련해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내일의 대화'다. 목요일 저녁 숙소 로비에 일로오션 11기 5명과 김리오 디렉터가 둘러 앉아 일을 주제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질투날 정도로 멋진 팀워크, 일을 대하는 진지한 혹은 쿨한 가치관을 들으니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7년차 프리랜서로서 홀로 일하며 쌓인 외로움을 조금 덜어냈달까.



워케이션은 재택 근무 상위 호환

앞서 말했듯 워케이션은 재택 근무의 상위 호환판이다. 오롯이 나와 내 일에 집중하기에 최적인 근무 방식이다. 일상이 비집고 스며드는 재택근무에서 벗어난다. 숙소를 호텔에 잡으면 비용은 다소 추가되더라도, 방 청소나 침대 정리, 수건 빨래마저 맡겨둔 채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휴식의 질도 높아진다. 훌륭한 환경이 지척에 있어 자연을 누리기 쉽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낯선 자극을 받아 다른 관점을 깨우치기에도 좋다. 

하지만 워케이션이 사무실 근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생산성을 높이는데 맞춤으로 구성된 공간을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일하면 효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비용도 사무실이나 재택 근무에 비교하면 비쌀 수밖에 없다. 워케이션 비용을 너무 절감하면 경험의 질이 떨어질 테다. 다만 일로오션 같이 치밀하게 설계된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올라타는 식으로 효율 저하폭을 최소화 하고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 받을 수는 있으리라. 



그래서, 일과 휴가 양립 가능하다고?

워케이션에서 일과 휴가는 양립하기 어렵다. 내 경험으로 보면 그렇다. 적어도 '코시국'이 끝나기 전에는 그럴 거다. 11기 참가자 중에도 업무 시간을 지켜야 하는 조직 소속 2명은 강릉이라는 환경을 만끽하지 못해 안타까워 보였다. (중략) 반면 나를 비롯해 프리랜서 및 창업자 3인방은 오전 중에 적당히 일을 처리해두고 점심부터 강릉을 누비거나, 아예 하루 날 잡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놀러 다녔다. 덕분에 5일 만에 강릉의 매력을 조금은 느꼈다. 

워케이션을 떠나려 한다면, 먼저 일과 휴가 중 무엇에 더 무게를 실을지 결정하시기 바란다. 나는 '일 5: 휴가 95'로 영감 여행을 다녀왔기에 워케이션에서 높은 효용을 누렸다. (중략) 재택근무에 지친 리모트 워커가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주는 차원으로 워케이션을 가는 것도 의미 있겠다. 

다만 '50:50'으로 둘 다 좇으려는 생각이라면 워케이션을 잠시 미뤄두길 권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눈만 들면 창밖으로 수평선이 보이는 해수욕장과 주문진 시장 물회의 유혹이 업무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될지 모를 일이다. 


 

7년차 리모트 워커에게 워케이션이란

2015년 11월 창업한 뒤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여러 번 선정된 덴마크 코펜하겐을 오가며 사무실 없이 일한 지 7년째인 나로서는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일상적인 업무 형태라 내게 굳이 워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하게 구축된 구축된 업무 환경을 내어 주고, 대란 참가자와 교류할 기회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일로오션 강릉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확실히 혼자하는 한달살이나 평범한 원격 근무와 차별화돼 있었다. 여기에 TWC와 소도시가 마련해 둔 현지 인프라와 디테일을 곁들이니 사용자로서 십분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글·사진 제공 = 안상욱 님

사진 촬영 = 김리오, 진명근

편집= 변준수

장소 = 파도살롱, 팝업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