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을 만드는 사람들][더웨이브컴퍼니와 함께하는 사람들] 정샘물 (강릉살자 1기 영월)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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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그리고 강원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더웨이브컴퍼니와 함께하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강릉살자] 정샘물 (1기 영월)



농사와 피아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를 함께 하는 정샘물 님은 강릉살자 1기에 참여한 멤버이자, 더웨이브컴퍼니와 일로오션을 이끌었던 동료였습니다. 강릉살자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그녀의 프로필 사진에는 푸른 화초를 들고 미소짓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농사짓는 기획자'라고 말하는 그녀를 만나 강릉살자와 로컬 생활, 그녀의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샘물 님의 해시태그

#INFJ #작은_농부 #벗밭 #농사짓는_기획자 #직접_키워_직접_먹는 #바질_페스토_나눠_먹자


강릉살자에서 '영월'이라는 별명을 사용했는데 강원도 영월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강릉살자에 참가하게 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지난해 청년마을 지원사업 '강릉살자'의 공고를 우연히 보고 참여해 볼 생각에 신청했습니다. 참가가 결정된 후, 별명을 지어야 했고 영월로 별명을 정했어요. 그 당시 한창 농장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농장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농부들을 도우며 생활했어요. 강릉살자 전에 마지막으로 머물었던 곳이 강원도 영월이었고, 고장의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영월에서는 3주 정도 지냈습니다. 2개의 농장에서 농사와 생활을 이어갔어요.

강릉살자에 참가한 계기를 돌이켜 보면 운이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해당 사업을 알고 신청했을 때 살고 싶은 도시에 관해서 깊이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4년 전 부모님께서 강릉으로 귀촌을 결정하셨습니다. 서울에 홀로 남겨지게 됐죠. 혼자 바라보게 된 대도시 서울은 그동안 느꼈던 모습과 조금 달랐습니다. '낯설다'라는 느낌이 강했죠. 혼자 지내면서 시야가 트이고 많은 것을 경험했어요. 그러는 동시에 이곳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고립되기 쉬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3년 정도 그런 생각이 들었고 서울을 떠나 다른 곳을 경험해보기로 했습니다. 예전부터 자연에 둘러싸이고 사람이 적은 곳이면 좋다고 생각했고 로컬로 가게 됐어요. 직접 다녀보니 제가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조건과 가치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니즈가 생겼거든요. 그때 강릉살자를 보게 된거죠. 

(강릉에 온) 시기도 그렇고 운도 좋았죠. 강릉은 매력있는 도시입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강릉은 '젊은 도시'였어요. 실제 살면서 느꼈던 강릉은 젊음과 역사가 반반 섞인,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적절하게 혼재된 도시였습니다. 



'(샘물 님이) 작은 농부를 꿈꾸고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예전부터 농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회사 다닐 때도 점심 도시락을 직접 싸서 들고 다녔어요. 매일 저녁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와 같은 작물들을 구매하고 손질해서 조리한 것을 챙겨서 다녔죠. 사과 한 상자를 주문하고 택배를 기다리는 게 일상의 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더 궁금해졌습니다. '(이 농산물들은) 누가 어떻게 기르고 가꿔서 내 앞에 오게 된 걸까'하는 질문과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었죠.

고민하다가 얻은 결론이 농장 옆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농부가 되어 내가 기른 것을 바로 수확해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농사에 관심 갖게 됐고 직접 해보고 싶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져 농장 여행을 결정했어요.

6개월 정도 농사를 짓기 위해 농장을 돌아다녔습니다. 숙식하며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농부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일도 하며 많은 것을 느꼈어요. 농사가 좋았지만, '(스스로 평가하기를) 업(業)으로 농사를 지을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업으로 하지 않아도 농업을 일상의 한 행위로 유지하고 싶었어요. 3000여 평의 넓은 땅에 씨를 뿌리고 농사짓지 않아도 집에서 바질 하나를 화분에 키우는 것으로 '일상의 농부'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직접 심고 기르고 싶었습니다. 그 행위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작은 농부, 농사짓는 기획자라고 여겼습니다. 농장 여행을 다니며 농부들께 감사 인사로 공연을 했을 때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나 아이유의 '밤편지'를 연주했어요. 농업이라는 쉽지 않은 일을 하면서 농작물을 만들어내는 분들을 위한 작은 헌사였죠.



앞서 말한 '일상의 농부'가 벗밭이라는 커뮤니티와 연결된건지 궁금하네요

네. 비슷한 면이 있어요. 저는 '일상의 농부'라고 말한 것을 '반급반족'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내가 먹을 모든 걸 스스로 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농사를 체험해보고 '농사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거구나'라고 느꼈어요. '자급자족'이라는 꿈이 거대하게 느껴졌고 (농사와 자급자족에 대해서) 스스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우리가 먹는 것을 절반 정도 직접 재배해 먹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소소한 부분이라도 비슷한 행위를 일상에서 행하고 싶었어요.

이와 관련해 '벗밭(butground)'이라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농사와 환경, 식문화를 키워드로 활동하는 모임이죠. 벗밭은 현재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벗밭 멤버들과 함께 파머스마켓을 열기도 하고 농사와 환경에 관한 이야기로 뉴스레터, 세미나, 인터뷰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소통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고, 벗밭의 새 멤버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고, 팀에 합류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신기했어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고 이를 독창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3년 넘게 실천하는 모습도 좋아 보였습니다. 벗밭 팀에서 활동한 지는 1년 정도 됐어요. 가치관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최근엔 이 일을 본업으로 삼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농사와 관련된 생각을 하는) 동료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만났고 함께 영향력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과 관련된 계획을 세우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강릉살자에 참여했던 라면이 벗밭의 인스타를 구독하고 있었고 얼마 전에 이와 관련된 인터뷰를 했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닐 때는 마냥 즐거웠는데 이제 이것을 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니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메시지는 확실한데 좀 더 효과적으로 많은 이에게 영향을 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거든요. 그 과정도 벗밭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강릉에 와서 했던 공연, 나만의 식탁,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피아노를 전공으로 했어요. 작년에 농장 여행을 하며 농부들과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으려고 했어요. (농사를 지으면서) 농부들께 받은 게 많아서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뭘 선물할까 하다가 피아노 연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농장 여행 한 달째부터 휴대용 건반을 들고 다니며 여행했고 연주를 들려드렸습니다. 피아노가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거죠.

지난 여름, 강릉에 와서 아비오호텔에 갔을 적에 루프탑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루프탑에서 보이는 바다와 소나무 숲이 좋았고 공간 자체도 예뻤습니다. 공연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운이 좋게 실제 공연으로 연결됐습니다. 커피, 맥주와 함께 취향라이브를 진행했고 공연을 총 3번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무엇을 더 추구할 수 있을까 싶어요. 지역 문화와 녹이는 걸 생각하며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직접 가꾼 밭에서 공연한다면 어떤 느낌으로 꾸미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했던 공연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거에요. 자연이 떠오르는 포근한 느낌의 곡을 연주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던 그동안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나 아이유의 '밤편지'를 주로 연주했습니다. (농부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이 하루를 얼마나 성실하게 보내는지 봤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에 동화됐고요. 감사함과 같은 감정을 음악으로 전하고 싶어요. 내일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이더라도 오늘 밤에는 이 노래를 회상하며 잘 잤으면 하는 마음인 거죠.

나만의 식탁에 대해서는 거창한 목표보다 실천가능한 부분을 생각하고 있어요. 작년 목표가 직접 바질을 재배해 바질페스토를 만들어 나눠 먹는 것이었는데 달성했습니다. 앞으로도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하는게 목표입니다. 쌈채소, 바질, 딸기 등을 키우고 싶어요. 작년에는 화분에 감자를 키웠는데 올해는 고구마를 재배해보고 싶습니다. 100평의 땅이 없이도 직접 농사를 짓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화분으로 어디까지 키울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인터뷰·글 = 변준수

사진 촬영 = 진명근(Workroom033)

장소 = 베이스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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