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그 누구도 만들지 않는걸 세상에 내야하지만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김도영 작가의 『기획자의 독서』 입니다.

그는 '책 속에 길이 있다거나 책이 당신을 더 위대하게 만들어줄거라는 말은 이미 저부터가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환상보다는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책을 읽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언급합니다. 그는 기획자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디까지가 일이고 어디까지가 취미인지 모를 그 애매모호한 경계에 사는 사람들,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수혈받음과 동시에 내 밑바닥까지 짜내며 일하는 사람들, 불꽃처럼 에너지를 뿜어야 할 때도 있고, 얼음처럼 차가워져야 할 때도 서있는 사람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자니 무섭고 또 이미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자니 자존심이 허락 하지 않는 사람들.」
작가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게 숙명이자 생존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는 '공존'을 이야기합니다. 작가의 말을 듣다보니 더웨이브컴퍼니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디렉터 이태훈님이 일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제 스승님은 예전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기획자라는 직업은 없다. 그게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야.' 곰곰히 생각하게 됐죠. 기획은 도대체 뭘까"
기획자라는 직업은 기획자가 내놓는 아이디어와 콘텐츠처럼 실체가 묘연한 존재입니다. '기획'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책'이라는 널빤지를 구명보트 삼아 생존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김도영 작가는 내 생각과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 즉, 우리가 책에서 얻은 무언가로 공감할 수 있다면 그 독서는 '공존'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책을 읽는 게 참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기획 일을 할 때 실제로 책이 많은 도움이 되나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기획자에게 책은 생존 수영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4-5쪽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책이란, 글을 쓴 사람의 생각과 글을 읽는 사람의 생각이 만나 기호로 표기할 수 없는 특별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거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너무도 반가운 말이었습니다. 7쪽

"재미를 위해 쓰인 그 감상적인 이야기 속에 가장 리얼한 세계가 담겨 있다"라고 말이죠. 그러고 보니 왜 생각이나 흐름을 '읽다'라고 표현하는지 한편 이해가 되는 것도 같네요. 맥락과 이야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느끼고 받아들여가는 과정이 결국 '읽는' 행위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시대를 따라 책을 읽는 것도, 책을 따라 시대를 읽는 것도 모두 필요한 이유입니다. 55쪽
저는 책을 읽고 나면 짧게라도 좋았던 이유, 좋았던 지점들을 정리해서 간략한 메모를 남겨놓습니다. 반대로 예상과는 달리 큰 임팩트가 없었던 작품이나 실망스러운 글에도 나름의 이유를 정리해두곤 하고요. (중략) 이런 피곤한 작업을 굳이 왜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 나름의 '기획 연습'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고, 책을 펴낸 사람이 기획해놓은 부분들을 따라가며 이해해보는 그 과정이 늘 흥미롭거든요. 71쪽

실제로 저는 서점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행동을 정말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중략)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경우는 커플이 함께 서점에 왔을 때입니다. 아마 하루 종일 테이트하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을 두 사람일 텐데 서점에만 들어오면 암묵적 합의(?)를 한 듯 각자의 책을 찾아 떠나거든요.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두 사람도 각자가 어떤 책을 손에 들고 있을지는 쉬이 가늠이 안되기 때문이죠. 101-102쪽
일도 마찬가지죠. 원하는 것을 다 갖췄을 때보다(사실 이럴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만…) 제한적인 장치들이 곳곳에 있을 때 우리는 훨씬 더 깊고 진하게 생각합니다. 여러 장애물을 피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설계하고 다듬다 보면 전체적인 완성도가 쑥 올라가는 것이죠. 165쪽

늘 읽던 책 말고 새로운 분야의 낯선 책을 골라보는 것. 주말 아침마다 동네 근처 새로운 카페를 한 두개씩 발견해보는 것. 차곡차곡 정성스레 쌓아놓은 플레이리스트 대신 누군가가 추천해준 음악에 하루를 맡겨보는 것. 옷장에 무채색 옷만 한가득이라면 포인트로 노란색 스니커즈 하나 들여놓는 것. 당장 쓸모는 없어도 왠지 마음이 가니까 그냥 덜컥 사보는 것. 이유도 없이 낯선 동네를 방문해 밥 한끼 먹고 차 한잔 마셔보는 것. 225쪽
'기획된 모든 것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항상 구조를 보는 연습을 하자.' 245쪽

앞에서 설명한 '관점'과 '주목'의 단계가 다른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었다면, '배치'만큼은 에디터의 주도적 역할이 큰 단계입니다. 따라서 직접 배열하고 부수고 다시 배열하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함이 분명하죠. 261쪽
하지만 외부의 경험을 받아들이느라 내 안의 오리지널리티를 점점 잃어가는 건 최소화했으면 좋겠습니다. 292쪽

글 = 변준수
사진 = 진명근(Workroom033)
※ [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그 누구도 만들지 않는걸 세상에 내야하지만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김도영 작가의 『기획자의 독서』 입니다.
그는 '책 속에 길이 있다거나 책이 당신을 더 위대하게 만들어줄거라는 말은 이미 저부터가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환상보다는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책을 읽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언급합니다. 그는 기획자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디까지가 일이고 어디까지가 취미인지 모를 그 애매모호한 경계에 사는 사람들,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수혈받음과 동시에 내 밑바닥까지 짜내며 일하는 사람들, 불꽃처럼 에너지를 뿜어야 할 때도 있고, 얼음처럼 차가워져야 할 때도 서있는 사람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자니 무섭고 또 이미 남들이 간 길을 따라가자니 자존심이 허락 하지 않는 사람들.」
작가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게 숙명이자 생존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는 '공존'을 이야기합니다. 작가의 말을 듣다보니 더웨이브컴퍼니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디렉터 이태훈님이 일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제 스승님은 예전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기획자라는 직업은 없다. 그게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야.' 곰곰히 생각하게 됐죠. 기획은 도대체 뭘까"
기획자라는 직업은 기획자가 내놓는 아이디어와 콘텐츠처럼 실체가 묘연한 존재입니다. '기획'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책'이라는 널빤지를 구명보트 삼아 생존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김도영 작가는 내 생각과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 즉, 우리가 책에서 얻은 무언가로 공감할 수 있다면 그 독서는 '공존'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글 = 변준수
사진 = 진명근(Workroom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