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트]'헛된 꿈과 나눠먹기의 현장' 실패하는 도시재생사업 분석기 『마을 만들기 환상』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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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번 추천 도서는 실패하는 도시재생사업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 기노시타 히토시  작가의 『마을 만들기 환상』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 서울, 도쿄, 뉴욕과 같은 대도시가 아닌 로컬이 각 국가와 문화권, 생활권의 중심이 될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 역시 많습니다. 정권에 관계없이 지역을 활성화하고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대도시를 벗어나 지역에서 사는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일본의 지역도시재생, 마을 만들기 전문가인 기노시타 히토시 작가는 "사람들이 마을 만들기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지역의 시대라는 환상', '여성, 청년, 성공신화, 정부지원의 명과 암', '지역의 인간관계', '외지인 의존의 환상', '마을 만들기라는 환상' 등 5가지 부분에 걸쳐 지역의 도시재생사업과 지역성장의 걸림돌, 문제점을 파악합니다.

이 책에서는 관계 인구, 청년 마을, 지역 내 청년 일자리, 수도권 인구 감소, 상생하는 이익이 없이 진행되는 단순한 외지인 의존, 지역의 특수한 인간관계와 그 인식의 문제점 등 작가가 언급하는 일본뿐만 아니라 도시와 지역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애쓰는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들을 지적,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작가는 '수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행정기관', '행정기관 업무에 외부의 힘 사용하기', '기존 조직이 무리라면 새로운 조직 만들기', '바이 로컬(지역구매)과 인베스트 로컬(지역 투자)', '장소를 따지지 않는 사람에게 일자리 제공', '지역기업 리더는 도망치지 말고 지역의 미래를 만들기'와 같은 부분을 강조합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코로나19로 인해 도쿄 등 대도시가 쇠퇴하여 지역으로 이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코로나19 시대에 미디어가 보도하는 환상의 대표 사례이다. (중략) 사실 이런 관점은 '도쿄는 힘든 곳, 지방은 편한 곳'이라는 환상을 전제로 한다. 29쪽


지역이 인구감소로 쇠퇴하게 되었고 그 해결을 위해 재생시킨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대단한 '환상'이다. (중략) 지역 인구감소는 쇠퇴 원인이 아닌 그 결과이다. 즉, 돈벌이 산업이 적어지고,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경제, 도쿄의 피라미드 계급 사회 상황을 방치한 결과로 인구가 유출된 것이다. 36쪽



모두 같은 사업을 하면 왜 실패할까. 대표적인 것이 '앞으로는 워케이션 시대'라는 환상이다. (중략) 그러나 일에는 수요와 공급이 존재한다.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가족이 얼마나 워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 한정된 자유가 있는 사람들이 워케이션을 한다 해도 얼마만큼의 지역이 그 사람들의 소비를 지지해줄까.  64-65쪽


성공한 사람을 지역에서 시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뺏겼다는 환상을 갖고 있어서다. (중략) 위험 요소를 안고 도전한 사람들이었는데도 지역에서는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93쪽




관계인구라는 매우 애매한 표현으로 외지인과 접점을 늘리는 일에 예산이 쓰이고 있다. 누가 지역에 건설적인 사람인지에 관해서는 모호하게 언급한 채로 말이다. 120쪽


그러나 지역에 '진심'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에게 알려도 그 지역에 대한 원격지에서의 소비나 힘든 일을 돕는 노동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134쪽


글 = 변준수

사진 = 김가을

장소 = 파도살롱 명주점, 교동점